"쇼핑만 할게요"…명동 찾은 외국인 관광객 '깜짝' 놀란 이유

입력 2024-01-01 13:48   수정 2024-01-01 20:48



"길 하나 건너면 가격이 확 뛰잖아요. 명동이랑 가격을 비교하면 안 되죠. " (남대문 시장 노점상인 A씨)

지난달 26일 오후 5시께 찾은 서울시 중구 명동. 비교적 한산했던 낮과 다르게 저녁이 되자 거리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다양한 음식을 파는 노점상을 둘러보고 바로 길에 서서 이를 맛보고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가격표였다. 같은 날 오전에 방문했던 남대문 시장보다 길거리 음식이 1.5~2배가량 비쌌기 때문이다. 두 지역은 모두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시 관광특구로서 직선거리로 겨우 1km 떨어져 있다.

특히 인기가 높았던 분식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비싼 편이었다. 관광객이 몰린 한 분식집에선 어묵 1개를 2000원, 떡볶이는 1인분 기준 5000원에 판매 중이었다. 수제 어묵이라며 1000원 더 받는 경우를 제외하면 인근에 있는 다른 가게도 이와 가격 수준이 동일했다.


그러나 역시 많은 외국인이 찾았던 남대문 시장에선 어묵과 떡볶이가 같은 기준으로 각각 1000원, 3000원이었다. 즉, 같은 분식이라도 외국인 관광객은 명동에서 최소 1.5배 이상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있던 셈이다.

이번에 처음 떡볶이를 먹어봤다는 미국인 관광객 로잘린(31)은 "음식 가격이 결코 싸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또 호주 국적 관광객 에이든(30)은 "가격이 가장 합리적인 것 같은 '소떡소떡' 하나만 사 먹었다"며 "명동의 모든 길거리 음식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다"고 전했다. 또

사전에 명동 길거리 음식이 비싸다는 사실을 알고 온 관광객도 있었다. 친구와 함께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샤오준(25)은 "인터넷을 통해 명동 물가가 높다는 것을 이미 알았다"며 "오늘은 방문 목적이 쇼핑이라 굳이 비싼 길거리 음식을 사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신발 전문 매장을 찾아 길게 늘어선 노점 사이로 사라졌다.


이 밖에 다른 음식도 가격 차이가 꽤 컸다. 남대문 시장에서 2500~3000원인 토스트를 크기와 내용물이 비슷함에도 명동 거리에선 4000~5000원에 팔고 있었다. 6개에 5000원인 만두는 3개 5000원에, 2500원인 오렌지 주스는 무려 6000원에 달했다.

이날 가격이 1개에 4000원인 '퓨전식' 붕어빵 노점도 영업 중이었다. 일본식이라거나 서양 빵인 크루아상처럼 구웠다는 것이 일반적인 붕어빵과의 차이다. 최근 한 유학생 유튜버가 이 제품 가격을 듣고 놀라는 내용이 담긴 영상을 올려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직접 이를 사서 먹어본 결과 평소 먹던 붕어빵에 비해 맛은 좋았지만 역시 양 대비 가격이 비싸다는 느낌이 컸다.

일반적인 붕어빵 역시 마찬가지였다. 명동은 4개에 5000원으로 3개에 2000원인 남대문 시장보다 가격이 두 배가량 비쌌다. 부산에서 온 관광객 최씨(23)는 "서울 곳곳을 다녔는데 확실히 강북 지역에선 명동 먹거리가 유독 비싼 것 같다"며 "친구들과 노점에서 음식 몇 개 사 먹으면 2~3만원은 금방 쓰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가격과 별개로 다른 관광지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길거리 음식이 많아 관광객이 명동을 찾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실제로 2만원인 랍스터 구이나 8000원대인 양꼬치는 비싼 가격에도 많은 관광객이 몰렸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일본인은 "2년 동안 한국에 살았는데 고향 친구들이 오면 꼭 명동에 같이 방문한다"며 "가격이 비싸도 종류가 다양하고 맛도 좋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명동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바가지 논란을 피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외국인 관광 수요가 점차 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올 10월까지 방한한 외국인 관광객은 888만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03.9% 늘었다. 정부는 내년 목표를 관광객 2000만명으로 확정한 상태다.

이에 대해 중구청 관계자는 "상인이 정하는 가격 그 자체를 규제할 권한은 없다"면서도 "남대문 시장과 명동 거리 모두 '가격 실명제'를 통해 가격을 의무적으로 표기하고 외국인에게 바가지 가격을 씌우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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